머위 재배를 해볼까나

작년에 지리산 자락 땅, 심심토에서 머위를 많이 채취했었다.

머위는 어릴 적,  봄이면 엄마가 해주는 것을 한 두 번 접한 적은 있으나 어린 입에 맞지 않았다. 쓴맛도 싫었고, 무엇보다 내 살던 곳은 산지도 아니어서 머위가 귀했다. 맛있지도 않고 자주 접할 기회도 없었으니 별 맛을 모르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러다 이번에 제대로 그 맛을 알게 됐다.

 

 

두릅나무 비탈에 머위가 많았다. 마침 갔던 때가 4월. 농작물도 심고 나무 정리도 하기 위해 간 것인데, 뜻 밖에도 비탈에서 머위 상봉을 제대로 했다.

 

머위_ 두릅나무 아래 빼곡하게 올라온 머위

 

'저거, 한 번 요리해 먹어볼까?'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나물로 먹기에 적기임을 알고 채취해 현장에서 삶아 먹었다. 슬쩍 데쳐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먹었을 뿐이었는데, 맛이 좋았다. 쌉싸름한 봄내가 입안 가득 퍼지며...  좋았다.

 

 

한 번도 내 손으로 요리해 먹은 적이 없었던 터라 인터넷을 좀 더 찾아보았다. 들깻가루 넣고 볶아먹으면 맛이 좋다는 정보도 있고, 장아찌로 담가도 좋다는 정보도 있었다. 4월 첫 만남에 잔뜩 채취해 갖고 올라왔다.

 

5월에 다시 갔을 땐 이미 많이 쇠었는데도 또다시 욕심을 내었다. 여름에는 다시 내려올 일 없을 것 같아서, 커다란 포대로 두 포대를 해왔다. 하루종일 머위 채취에 시간을 다 보냈다

 

머위채취 _ 2204심심토

 

올라와 그야말로 노역이 시작되었다. 많은 머위를 데치느라 꼬박 이틀... 특히 5월 머위는 머윗대가 굵어져, 먹음직스러운 만큼 껍질을 다 벗겨주어야 해서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지리산 자락 기준으로 4월 초중순, 머위는 잎과 줄기를 그대로 먹어도 되었고, 5월로 넘어가자 잎이 세지고 줄기 또한 질겨져 데친 후, 껍질을 벗겨야 했다. 많은 순을 데치느라 오른쪽 팔꿈치에 무리가 갔다. 보살피지 않아 여직 후유증이 남아있다.

 

 

머위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어도 좋았고 장아찌로 담가 먹어도 좋았다.

입에도 맞았고 느낌도 좋았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기침이 심했었는데, 마침 머위를 만나 장복하자 기침이 절반 이상 호전됐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찾아보니 머위 효능에 기관지에 좋다는 것이 있었다. 신기했다.

어쨌든 약성 같은 것을 떠나, 입에도 맞고 기분도 좋으니, 내겐 좋은 산채 아니겠는가.

 

하여 올봄... 뿌리 나누기로 재배를 시도해 볼까 한다. 그래서 머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했다.

먼저 머위재배방법을 자료수집했다. 사실 재배라기보다는 번식시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지만, 처음 해보는 것이니 낯설고 두려워 꼼꼼히 공부하고 있다. 더구나 상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곳도 아니니, 잘 준비해서 올봄 다시 상봉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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