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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토/산야초

버드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 아니다, 꽃과 씨 구별하기 | 포토

by 심심토 2024. 4. 15.

4월 말, 5월쯤 되면 여기저기 풀풀 날리는 버드나무 솜뭉치들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찍힌 버드나무 꽃가루다. 하지만 이 솜뭉치들은 버드나무 꽃가루가 아니다. 씨앗이다. 씨방이 성숙해 벌어지면서 씨앗이 털을 달고 날아오르는, 바로 '종자에 달린 털' 종모(種毛)인 것이다.

 


그러니 버드나무는 억울하다. 봄마다 풀풀 날리는 솜뭉치들이 꽃가루도 아닐뿐더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너나없이 버드나무를 알레르기 주범으로 모니 말이다.


그럼 꽃가루 알레르기는 무엇인지, 어떤 식물들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덧붙여 그동안 오해를 받아온 버드나무의 경우, 꽃과 씨가 어떻게 다른지, 생태를 살펴보자.

 

꽃가루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망울이 터지면서 나오는 꽃가루를 코나 기도로 흡입했을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말한다. 물론 이는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피부염, 기관지 천식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면 묽은 콧물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나며, 양쪽 코가 번갈아 막히는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생기면 눈이 심하게 가렵게 되어 자꾸 비비게 된다. 증상이 심할 경우, 눈이 충혈되거나 눈곱이 끼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공기 중의 꽃가루가 눈 주위, 얼굴, 목, 손, 팔 등과 같이 노출된 부위에 닿아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가려워지는 증상이다. 전신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기도 하고 있던 피부염이 악화되기도 한다.


기관지 천식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는 증상이다. 기침이 나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이 외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으로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후각 기능 감퇴 등의 증상이 있다. 증세는 대부분 아침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식물들

 

그렇다면 어떤 식물들이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킬까?
일단 모든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범은 아니라는 걸 말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 벚꽃 등 봄꽃들은 벌이나 곤충들이 꽃가루를 매개하는 ‘충매화(蟲媒花)’이기 때문에 꽃가루 피해를 주지 않는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는 ‘풍매화(風媒花)’들이다. 대표적인 식물이 오리나무, 개암나무, 참나무, 소나무, 삼나무, 떡갈나무, 밤나무, 느릅나무, 아카시나무, 자작나무 등이다.
이들의 꽃가루는 누런 먼지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데,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많이 날릴 때만 뿌옇게 보인다. 그 외에 국화, 과꽃, 데이지, 야생 쑥꽃 등의 꽃가루들 또한 피부염을 유발하는 인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아침에 특히 심한데, 기상 조건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따뜻하고 건조한 오전 시간대에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다.

 

 

버드나무 꽃

 

한편 그동안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오인되어 온 버드나무의 경우, 솜털 달린 것은 꽃이 아닌 씨앗이며, 정작 버드나무꽃은 3월 말경 조용히 피었다 진다. 아래 사진은 2023년 3월 28일 담은 버드나무 사진(경상도)인데 나무 가득 꽃이 피어 있다.

 

버드나무꽃
버드나무꽃 (촬영일 : 3월 28일. 경상도)

 

 

버드나무꽃
버드나무꽃 (촬영일 : 3월 28일. 경상도)

 

버드나무도 종류가 많아 30여 종이나 되는데, 대개 꽃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꽃이 진 후 한달 가까이 씨방을 갖고 있다가 씨방이 벌어지면서 솜털이 풀풀 날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힐난 어린 시선의 주목을 받는다. 버드나무는 주로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며 낙엽 활엽 교목으로 암수딴그루다.

 

 

버드나무 씨

 

위의 노랗게 보이는 것이 꽃사진이라면 아래 하얀 솜털을 달고 있는 것은 언급했듯 씨앗 사진이다. 지리산 자락 심심토에서 3월 28일(2023년)에 버드나무꽃 사진을 담았고 4월 23일에 씨앗 사진을 담았다. 한 달 사이에 잎이 나고 씨방이 벌어져 하얀 솜털이 눈꽃송이처럼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씨앗과 솜털이 달린 버드나무
버드나무 씨앗과 솜털(4월 23일. 경상도)

 

씨앗과 솜털이 달린 버드나무
버드나무 씨앗과 솜털(4월 23일. 경상도)

 

버드나무 씨앗과 솜털
버드나무 씨앗과 솜털(4월 23일. 경상도)

 

 

버드나무 씨앗을 쪼아 먹는 새

 

나무 가득 하얀 솜털을 달고 있는 버드나무가 마치 눈이 온 듯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중,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날아와 열심히 솜털을 쪼아댔다.

 

버드나무씨를 쪼아먹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새
버드나무씨를 열심히 쪼아먹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자세히 보니 솜털 사이에 까만 씨앗이 보인다. 아하! 녀석들, 이것을 먹으러 왔구나!

 

버드나무씨와 솜털
솜털 속에 점점이 박혀 있는 버드나무씨


이쯤 되면 버드나무의 억울함은 풀렸을까? 붉은머리오목눈이까지 출현해 씨앗임을 증명해 주었으니....

봄철,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바닥에 깔리는 버드나무 흰 솜털을 무조건 겁낼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버드나무의 하얀 솜털은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을 품은 종모인 것이다.

 

마치며

 

그러나 버드나무 솜털의 누명을 벗겨주었다 해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봄철이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꽃가루가 한창 날릴 때는 환기를 삼가고, 외출도 삼가는 게 좋다. 정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노출을 줄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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