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봤던 키다리노랑꽃이 이 봄, 삼잎국화 나물로 다가오는군요. 밭 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던 머위가 맛 좋고 몸에 좋고 기르기도 좋은 작물로 다가오는군요. '꽃 보다 나물'이고 '잡초 보다 작물'입니다. 머위와 삼잎국화 재배, 포기나누기 알아봅니다.
먼 농부, 캠핑 농부, 게으른 농부의 잡초농법
심심토는 먼 데 있는 농토입니다. 농토가 멀다 보니 자주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농부는 꾀를 냅니다.
'한 번 심어 놓으면 알아서 잘 자라고, 알아서 잡초 이기고, 가뭄에도 강하고, 햇빛에도 강하고, 잡초에도 끄떡없고 장마에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꿋꿋하게 굳세게 자라는 작물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 생각하고 연구 또 연구합니다. 스스로 '자연농법' '잡초농법'... 이름도 마구 갖다 붙입니다. 물론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기왕이면 몸에도 좋은 작물로 말이죠. 그렇게 선택한 작물이 머위와 삼잎국화입니다. 기르기 쉬운 작물, 잡초에도 강한 작물 둘을 소개합니다.
잡초농법 1호, 머위를 선택하다
기르기 쉬운 작물, 머위
'밭을 망치려면 머위를 심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농부는 이 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래 머위야, 내 밭을 마음껏 망쳐주렴~!' 절로 주문이 나옵니다. 그만큼 머위는 자생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머위는 다년생초(여러해살이풀)라 매년 심지 않아도 되고, 논둑, 밭둑, 나무 아래 어디서나 잘 자랍니다. 추위에도 강합니다. 무엇보다 기특한 것은 이른 봄 여느 식물보다도 일찍 올라와 넓은 잎을 펼치며 대지를 장악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그래서 일찌감치 잡초를 이겨버리는 식물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머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약간의 그늘과 적당한 습기'입니다.
머위 포기나누기, 분주하기
본격적인 재배농이 아닌 다음에는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쓰기'보다, 그런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 더 지혜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먼 농부도 처음에는 머위를 밭에다 분주해 심으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밭이 너무 양지입니다. 그리고 밭에는 심고 싶은 또 다른 작물이 생겼습니다(바로 기르기 쉬운 작물 2호, 삼잎국화입니다). 하여 일단 먼저 밭둑에 실험 삼아 몇 포기 이식하고 왔습니다.
사실 심심토에는 이미 머위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더 심으려는 이유는 '머위밭'이 되어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머위는 매력적인 작물입니다.
머위 포기나누기는 3월 말, 머위 잎이 올라올 즈음 하였습니다. 잎이 올라와야 알아볼 수 있고 포기나누기도 가능하니까요. 삽으로 포기 뜨듯 떠서 이곳저곳에 옮겨 주었습니다. 생명력 강한 녀석들이니 환경만 맞는다면 잘 자라 주리라 봅니다.
머위 종근을 원하는 이가 있어 몇 뿌리 가져오기도 했는데, 이 또한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종근을 옮길 때는 봉지에 넣은 후, 물을 좀 넣어주면 좋습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머위
생계가 급했던 예전에는 곡류가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머위 따위'에게 밭을 내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른 봄, 몇 잎 따서 쌈으로 먹거나, 줄기를 살짝 데쳐 홀홀 벗겨 달달 볶아먹으면 그 맛이 쌉싸레~~ 일품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고, 그렇게 먹고 나면 몸이 거뜬해지는 기분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 맛에 머위는 밭 가, 마당가 어디에고 심어져 '보란 듯이' 봄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 머위, 머윗대, 머위뿌리의 영양성분, 효능,부작용 보기
작년 한 해, 머위를 채취해 아주 잘 먹었습니다. 볶아 먹고 장아찌 담가 먹고.... 1년 내내 풍성히 먹었습니다. 올해 분주(포기나누기)도 시도했으니, 결과보면서 머위밭 한 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잡초농법 2호, 삼잎국화(겹삼잎국화) 나물
화단이고 길가고 마당가고 담장 밖이고, 큰 키 휘청이며 노란 꽃송이로 여름을 밝혀주던 키다리노랑꽃이 삼잎국화나물로 다가옵니다. 작년 심심토에서 '기르기 좋은 작물'로 선정해 산마늘(명이나물)과 함께 심었더랬는데, 올해 보니 산마늘은 고만고만한데 삼잎국화는 놀랄 만큼 번창했어요.
시금치보다 뛰어난 식재료
즉석에서 데침-무침 요리를 해 먹어보니 맛도 좋고 느낌도 좋습니다.
주관적 평이지만 시금치(겨울 섬초, 포항초 기준) 보다 뛰어납니다. 향이 있되 강하지 않고, 약간 단맛이 도는 듯도 하고 청량한 식감에 데쳐도 줄지 않으니 그 또한 좋고, 게다가 손질하기도 좋습니다.
주부들 입장에서는 '나물 손질'도 중요한 항목입니다.
달래나 냉이, 씀바위... 이른 봄기운 돋우는 좋은 나물인 줄은 알지만 손질하기 귀찮아 못해먹는 주부들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시금치보다 더 간편하게 손질할 수 있는 삼잎국화나물은 게으른 농부만이 아니라 게으른 주부에게도 최상의 나물이 아닐까 합니다.
▼ [친절한 레시피] 겹삼잎국화(삼잎국화) 나물 요리법이 궁금하다면!
초고추장 생채무침과, 전(부침개)와 나물무침으로 먹어봤습니다. 모두 좋았습니다.
생채무침은 어렸을 적 '시금치'라며 뜯어먹었던 그 풀(싱아라고도 하지만 엄격하게는 수영과 싱아는 다른 식물입니다)도 조금 넣어 함께 무쳤는데 새콤한 맛이 입맛 돋우며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도 좋았고, 나물은 최상이었습니다. 시금치 무치듯 소금이나 국간장, 액젓 베이스로 무치면 좋습니다.
기회 되면 삼잎국화나물 듬뿍 넣은 김밥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삼잎국화가 더욱 번창해지면 그때는 장아찌도 담가볼 생각입니다. 아마 샐러리 장아찌처럼 근사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삼잎국화 분주하기
좀 더 세세하게 잘라 여러 포기를 나누어도 되는데, 러프하게 나누어 심고 왔습니다. 그런데도 1 포기가 5 포기, 6 포기로 나누어지는 팽창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모종삽으로 우아하게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땅속줄기가 질깁니다. 끊어지지가 않아요. 할 수 없이 삽으로 퍽퍽! 꽂으면서 자릅니다. 메인 쪽 뿌리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덩어리입니다. 포기가 너무 우람해 메인도 나누고 왔는데, 자를 때 좀 미안했습니다. 잘 살아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도 합니다.
삼잎국화를 보러 조만간 또 다녀올 생각입니다. 머위 채취를 겸한 행보가 될 것입니다. 만약 그때 모든 삼잎국화가 건재함을 확인한다면 진짜 삼잎국화는 대박 작물입니다. 해마다 5배, 10배 저절로 팽창하는 작물이라면, 이보다 기특한 작물 있을까요?
마치며
배워가며, 공부해 가며, 실험해 가며 기르고 기록하는 먼 농부, 캠핑 농부입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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