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이맘때 심심토 밭에서 자리공을 만났다. 당시만 해도 이것이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인 줄 몰랐다. 자리공을 나물로 먹을 때 장녹, 장록나물이라 한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또한 독초이면서도 약초인 것도 알게 되었다. 자리공, 장녹나물의 두 얼굴 살펴본다.
자리공의 두 얼굴
자리공에 대해 대뜸 '두 얼굴'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잡초들이 독성과 약성을 함께 갖고 있지만, 자리공만큼 의견이 갈리는 식물도 드물지 싶기 때문이다. 으뜸가는 식재료로 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독성에 대해 경고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나물로서의 자리공, 장녹나물
자리공은 야산이나 들에 4, 5월에 올라오는데, 보는 눈에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식물이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땅을 뚫고 올라올 뿐만 아니라 몸집 또한 우람하여, 나물로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 잡초다. 독까지 갖고 있다 하니 그냥 잡초도 아닌 독초.
그런데 이 자리공이 본초강목에 귀한 나물로 소개되고 있다. 또한 경상도나 충청도 지방에서는 '장녹'이라 하여 귀한 나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독초, 약초로서의 자리공
어렸을 적에 자리공(그때는 이름이 자리공인 줄도 몰랐지만)의 검은 열매를 만지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독이 있어 만지지 말라는 소리니 당연히 만지지 않았다지만, 생긴 것도 검붉은 것이 어린 눈에도 좋은 식물로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공 뿌리에 독성과 약성이 갈린다고 한다.
자리공 뿌리가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불가사의한 효력이 있다는 얘기다. '명의별록'에 의하면 자리공은 적백 2종류가 있는데 백색인 것은 약용하고, 적색인 것은 매우 유독하다고 기록돼 있다 한다.
자리공
학명 : Phytolacca esculenta VanHoutte
개화기 : 5월~6월
꽃색 : 백색
크기 : 높이 약 1m
분포 : 한국, 일본, 대만
자리공과 자리공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야의 길가, 또는 밭 주변, 황무지, 빈터 등에서 자란다.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므로 남부 지방에서 잘 자라고 중부 지방에서는 월동을 못하고 얼어 죽는다. 토질은 겉흙이 깊고 적당한 습기가 있는 비옥한 땅에 잘 자란다.
자리공 종류
자리공속은 열대 및 아열대 특히 아메리카에 약 35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자리공, 섬자리공, 미국자리공(붉은대자리공)이 있다.
자리공
마을 근처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1~1.5m 높이로 자라며 털이 없다. 꽃은 5~6월에 피고 7~9월에 결실한다. 동글납작한 열매는 검은색으로 익으며 씨 표면은 편평하고 매끄럽다. 중국이 원산이라고도 말하는데 뿌리는 약용한다.
섬자리공
울릉도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특산식물이다. 자리공에 비해서 전체가 더 크고 대형인 점이 특징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꽃밥은 흰색이다. 뿌리는 자리공처럼 약용한다.
미국자리공(붉은대자리공)
국내에서는 중, 남부, 제주도에 귀화되었으며, 붉은대자리공은 열매를 붉은색 염료, 잉크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뿌리와 열매는 독성이 있어 생즙이 피부에 닿으면 수포가 생긴다. 어린순은 식용하는데 잘 요리하면 훌륭한 나물이 된다. 임신부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리공 생태
줄기
높이 1~2m로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는 육질이며 털이 없는데, 곧게 서서 많은 가지를 쳐 더부룩한 외모를 보인다.
잎
잎은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붙는다. 길이는 10~20cm, 폭 5~12cm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
5~6월에 꽃이 피는데 꽃은 흰색의 총상꽃차례로 길이는 5~12cm.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위를 향한다. 꽃은 회색의 총상꽃화경이 짧고 꽃잎은 없다. 꽃자루는 길이 10~12mm이고 꽃받침열편은 5개로서 달걀모양이다. 꽃잎은 없고 5개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며 꽃가루 주머니는 연분홍색이다. 씨방은 8개로 돌려나기 한다
열매
꽃이 진 뒤에 물기 많은 검붉은 열매를 많이 맺는데 아래로 처진다. 9월에 열매가 여물며, 8개의 분과가 서로 인접하여 바퀴모양으로 나열된다. 자주색의 유액이 있으며 검은 씨앗이 1개씩 들어 있다.
뿌리
뿌리가 비대하며 덩어리를 형성한다. 뿌리를 상륙(商陸)이라 해서, 가을에 이 뿌리를 캐어 씻은 후, 말려 약용한다.
자리공의 성분과 작용
잎
잎에는 아스코르브산, 이소쿠에르시트린, 아스트라갈린, 켐베롤-3-글루코시드가 있다.
열매와 씨
열매와 씨에는 비타민 b군과 비타민pp, 안토니안 색소가 있다. 씨에는 기름이 10% 있다. 열매를 씹으면 수 시간 이상 혀 마비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뿌리
뿌리에는 많은 양의 질산칼슘과 사포닌 정유 수지, 알리곤산, 그리고 조성이 밝혀지지 않은 피톨락카톡신, 옥시미리스트산, 알칼로이드가 있다.
자리공 뿌리는 동물실험에서 오줌내기작용과 핏줄확장작용이 있음이 발견됐다. 적은 양에서는 진정작용을 하지만, 많은 양에서는 경련을 일으킨다. 뿌리에 있는 피톨락카톡신 성분이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며, 혈압을 높이는 작용이 있다.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 마비, 호흡 및 운동기능장애,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피크로톡신과 비슷한 독성을 보인다.
한편 자리공 뿌리를 으깨면 나오는 즙액은 독성을 활용해 물고기를 잡는 데 쓰기도 한다.
자리공의 효능, 약리작용
뿌리를 약재로 쓴다. 울릉도에 나는 섬자리공과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의 뿌리도 함께 쓰인다.
생약명
자리공 뿌리를 약재로 쓰며 그때의 생약명은 상륙(商陸)이다. 당륙(當陸), 창륙(昌陸), 백창(白昌), 야호(夜呼)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분
다량의 수지와 초석(硝石)을 함유하고 있다. 자리공(상륙)에는 트리테르페노이드 및 고미배당체인 사포닌(Saponin), 히스타민(Histamine) , 스테롤, 폴리사카라이드 등이 함유되어 있다.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에 속하는 상륙사포닌(Phytolacca saponin)은 상륙의 특정 성분이다.
약효
상륙에는 면역기능 증강, 항염, 항바이러스, 항종양, 거담(祛痰), 진해(鎭咳), 평천(平喘), 이뇨 등의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세, 살갗에 돋는 물집(수종), 복부에 액체나 가스가 차서 배가 부르는 증세, 각기, 인후염, 악성종기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쓴다. 한의학에서 축수소종(逐水消腫), 통리이변(通利二便), 해독산결(解毒散結) 등의 작용이 알려져 있다.
채취와 조제
가을이나 봄에 굴취하여 깨끗이 씻은 다음 햇볕에 말려 쓴다. 잘게 썰어 쓰는데 때로는 썬 것을 식초에 적셔 볶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말린 약재를 1회에 2~4g씩 200cc의 물로 달이거나 또는 곱게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악성종기에는 약재를 가루로 빻아 기름에 개어 붙이거나 또는 생잎을 짓찧어서 붙인다.
자리공 천연살충제
자리공 뿌리로 천연살충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리공은 다년생으로서 뿌리를 보면 나무와 같은 나이테를 갖고 있는데, 뿌리 하나면 1,000리터 정도의 살충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자리공과 함께 마늘, 매운 고추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식초나 목초액 20리터를 기준으로 자리공 뿌리 2000그램, 마늘 10통, 고추 20개를 갈아 담근 후, 3개월 정도 숙성 시킨 다음 이 액을 800배 정도 희석하여 살포하면 된다. 살포 후 3~5일 정도 지나면 충이 없어진다.
자리공과 장녹나물
경상도 지방에서는 자리공의 어린잎을 ‘장녹’, ‘장록’이라고 하여 귀한 나물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잡초로만 알고 있어서 보고서도 외면했던 자리공이 귀한 나물이 될 수 있다 하니, 이제 자리공 보는 눈이 달라질 듯하다.
네이버 블로그에 자리공, 장녹나물 요리- 묵나물 말리기와 장아찌 담그기에 대한 요리법을 잘 소개한 것이 있어 연결한다.
자리공 주의사항
OTN매거진에 의하면 자리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의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신농본초경집주>에는 “자리공이 들어간 약을 먹을 때는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본초품휘정요>에는 “임신부는 복용하면 안 된다”라고 적고 있다. <본초강목>에는 “위장의 기운이 허약한 사람은 복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자리공의 뿌리에는 독이 있어 잘못 복용하면 중독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복용 후 30분~3시간 내에 발병하고 열이 나고 심박동이 빨라지고 호흡 횟수가 증가되고 오심,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계속되면 현기증, 두통이 생기고 헛소리를 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서 있을 수 없게 된다.
대량으로 투여하면 중추 신경이 마비되고 호흡 운동에 장애를 일으키며 혈압이 하강하고 심근 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특히, 임산부가 많은 양을 복용하면 유산될 우려가 있다. (중약대사전)
자리공의 독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의사항을 지켜야 하는데, 첫째는 반드시 법제하여 쓰며 하루 쓰는 양은 2~4g을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법제는 식초에 불려 볶거나 식초에 삶아서 말린다. 둘째는 임신부나 허약한 사람에게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마치며
잡초인 줄로만, 독초인줄로만 알았던 자리공이 식감 좋은 귀한 나물이 될 수 있고, 좋은 약재가 됨을 알았다. 왠지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자리공, 장녹나물에 끌린다. 약성과 독성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에, 비닐하우스에서 안전하게 자란 밍밍한 채소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자리공, 장녹나물을 보며 다시 한번 '잡초의 쓸모'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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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이트 : 국립수목원 | 농촌진흥청 | 몸에 좋은 산야초 | 세계 약용식물 백과사전 | OTN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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